작가노트
Pass by the Earth
이번 주제인 지구를 비껴가다.는 그 동안의 우주에 관한 작업보다 좀더 구상적인 요소를 등장시켰다.
늘 상 작업실에 틀어박혀 화학실험 하는 것처럼 액체들을 섞고 반응시키며 우주를 탄생시키곤 했지만 이제는
카메라를 매고 도시의 거리로 나선다. 아침에 도시를 걷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 온몸이 꽁꽁 얼어버린다.
내가 찍어댄 서울이란 도시는 음산해 보이기도 하며 아름답고 화려해 보이지만 왠지 모를 쓸쓸한 기운은
내 미래의 불안감 때문인가?
이 사진에 내가 보고 싶어하는 우주를 넣었다. 하지만 정말 내가 보고 싶어하는 우주의 모습일까?
초등학교 시절 아파트 옥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 저 넓고 깊은 하늘로 떨어져 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우주의 중력이 뒤바뀐 생각을 했던 것일까?
지금 나는 천체과학자도 우주비행사도 아니다. 하지만 다행이다. 나의 허가 받지 않은 우주여행은 어떤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시간과 공간 그 자체는 나의 렌즈 중심에서 이루어진다.
지금 나는 넓고 넓은 하늘에 그림을 그린다.
마아블링은 재미있는 작업이다. 우연일 것 같지만 우연을 가장한 법칙이 있다.
우주에서 중력이 강한 별이 작은 별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내 실험실의 수조 속 액체들도 그러한 자연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
작은 기름 방울이 조그마한 방울들을 빠르게 또는 서서히 끌어당기는 모습을 보면
우주의 크기는 내 몸 안에 세포 속 원소의 크기부터 수천억 광년에 달하는 무한한 공간까지 라고 말했던 어떤 과학자의 말에 실감한다.
지구를 비껴가고 싶은 내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는 자유로운 나만의 우주여행을 하는 데에 큰 행복을 느끼며 산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었다고 말 할 정도로...
하지만 요즘은 정말 자유로운 여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구를 떠나서 머나먼 여행을 할 때면 특히 좀 더 멀리 가려 하면 할 수록 지구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무엇이 나를 불러들이는 것일까?
지금 나는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다시 그냥 지나치고 싶다. 지구가 싫어진 것은 아니다.
내가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나도 이미 외계인이 되어 버렸다.
내가 본 지구의 특히 서울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다.
가시광선의 기본 색이 틀리게 보인다. 아니 내가 보고 싶은 색일 것이다.
내 하늘에 떠있는 기이한 형상은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또 그렇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나도 지구를 비껴가고 싶고,
비록 내가 만든 아름답기도 기괴 하기도한 그 현상들도 지구를 비껴갔으면 좋겠다.
전시 : 문신미술관
전시기간 : 2010.2.16 - 20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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